비 오는 날이면 꼭 듣고 싶어지는 노래. 0310.
You smoked and you looked at me.
I hate it when you do.
담배피면서 날 바라보던 네 눈빛이
난 정말 싫었는데.
언제부터였을까.
네 눈빛이 꼭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은
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한 때가.
처음에는 그냥 다 괜찮은 게 맞았는데.
어느 순간부터는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말한 것 같아.
사소한 말 하나, 행동 하나 때문에
싸우게 되는 게 지겨워서.
우는 나를 달래는 네 눈빛 속에
날 지겨워하는 네가 보여서.
그런데도 너 없이는 안될 것 같이 구는 내가
지겹도록 없어 보여서.
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했어.
말 한마디 없이 핸드폰만 보며 밥을 다 먹고는,
해맑게 담배를 피고 와도 되냐고 묻던 그날도.
네가 침대에서 어김없이 볼일이 끝난 사람처럼
담배를 피우러 가도 되냐고 내게 허락을 구하던 그날도.
네 눈빛은 내게 허락을 구하고 있지 않았거든.
지금 생각해보면 안 괜찮다고 했어야 됐어.
담배 냄새를 가득 묻힌 채 다시 침대로 들어와,
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면 모든 게 괜찮은 애 마냥
그렇게 굴지 말았어야 했어.
그 손길 한 번에, 그 눈빛 하나에 목매는 내가
네게는 얼마나 우스웠을까.
그러니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,
모든 할 일이 끝난 사람처럼 뒤돌아
그렇게 핸드폰을 할 수 있었겠지.
수많은 생각과 질문이 들었지만,
그냥 네 등만 안고 있었어.
무슨 말을 꺼내도 원하는 대답을, 바라던 진심을,
듣기는 힘들다는 걸,
지겹도록 반복된 싸움을 통해 알고 있었으니까.
그래서 내가 멍청한 거 아는데도 그렇게 가만히 있었어.
난 네가 없으면 잠도 제대로 못잤잖아.
너를 만나고 누군가랑 한 침대에 누워있다는 게
이렇게 안정적이고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.
그런데 너를 만나고 무력하게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은
이렇게 공허하고 비참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.
알면서도 꿋꿋이 네 옆에 누워
모른 척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웠겠지.
네 눈빛은 항상 오만함으로 가득찬 채로
나를 바라봤으니.
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노래를 들으며
그때의 나를, 그때의 너를 떠올리고는 해.
이런 내가 너의 눈에는 또 우습게 보이려나.
그런데 너의 눈 속에 내가 아직도 우스워 보여도,
너보다 괜찮지 않아 보여도,
이제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.
난 더이상 네 눈을 바라보고 있지 않거든.
네가 떠나도 이렇게 괜찮은 거였는데.
혼자가 된다는 건,
이렇게 아무 일도 아닌 거였는데. 그치?
그래도 어김없이 이 노래를 들으면 네 생각이 날 거야.
아, 담배피면서 날 바라보던 네 눈빛이 난 정말 싫었는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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축축한 분위기에 꾹꾹 진심을 담아 눌러 부르는 노래가
꼭 하얀 입김이 나올 것 처럼 시리다.